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블로그에 밝힌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언제나 같은 핑계를 대는 것 같지만, 학교 졸업작품이며 회사 일이며 하루하루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브런치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블로그 서비스다. 누구나 가입해서 모든 글을 무료로 볼 수 있고, 가입한 모두에게 '작가의 서랍'이라는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자신의 글을 남들에게 노출할 수 있는 '발행'을 하려면 작가 신청을 한 뒤 브런치팀의 심사를 거쳐 작가에 선정돼야 한다.

    브런치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을 땐 비교적 심사 통과가 쉬웠다고 하는데(나보다 훨씬 전에 브런치 작가가 된 친구가 말해줬다) 요즘은 그 기준이 꽤 까다로워져 마치 애드고시처럼 브런치 재수, 삼수, 심지어는 10수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한 소문들, 각종 탈락 경험담들은 브런치 작가신청을 주저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브런치 작가신청 계기

    지난 글(블로그 관리 일기)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정보성 글뿐만 아니라 소회를 밝히는 글, 자전적인 글, 회고하는 글 쓰는 것을 나름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티스토리 블로그에는 그런 글을 올리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내 개인적인 판단일 뿐 일반화할 수는 없다. 브런치 관련 글을 검색하다가 '수익이 나지 않는(브런치 내의 몇몇 수익모델 제외)' 브런치 글쓰기에 회의를 느껴 티스토리로 거처를 옮긴 작가님을 발견하기도 했다.

     

    나는 전업 작가를 목표로 하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취미인 '글쓰기'는 하고 싶지만, 티스토리가 아닌 다른 플랫폼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떠올린 곳이 브런치였다. 브런치에는 많은 분야의 사람이 모여 있는데, 내 전공분야인 UX 관련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브런치에 특히 많이 모여 있다. 평상시에도 브런치 글을 즐겨 읽던 나에게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또한, 구글 애드센스를 합격한 것이 좋은 기폭제가 되어주었다. 계속해서 떨어지던(나는 애드센스를 삼수 끝에 붙었다) 애드고시를 통과하고 나니 '브런치도 떨어지면 어때. 다시 하면 되지. 일단 시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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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 작가 신청 과정 및 팁

    브런치 작가 신청 과정은 간단하다. 좌상단 메뉴 안에 있는 '작가신청' 버튼을 눌러 브런치가 요구하는 단계를 따라 잘 입력하면 된다. 단계는 4단계고, 써야 할 글의 양도 그렇게 많지 않다.

     

    브런치 작가 신청 단계

    1. 작가소개(300자)
    2. 브런치 활동 계획(300자)
    3. 자료 첨부 → 브런치 내 '작가의 서랍' 글(최대 3개) 또는 외부 링크
    4.
    활동 중인 SNS 또는 홈페이지

     

    각 단계별 팁은 아래에서 조금 더 상세히 적어보겠다.

     

     

    1. 작가소개(300자)

    '작가님이 궁금해요'라는 귀여운 제목과 함께 지원자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나는 내 소개(본명, 필명)와 함께 지원동기를 잘 풀어서 적었다. 글자수 제한이 300자여서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다. 나는 처음엔 넉넉하게 적은 다음 나중에 줄이는 방식을 선호해서 일단 생각나는 대로 길게 쓴 뒤 핵심 위주로 압축했다.

     

     

    2. 브런치 활동 계획(300자)

    하루에도 작가 신청하는 사람은 아주 많을 것이고 브런치팀은 지원자의 글을 하나하나 읽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단계 역시 글자수 제한이 300자로 넉넉하지 않다. 나는 이 부분은 풀어서 쓰기보다는 크게 '나에 대한 이야기'와 내 전공분야인 'UX에 대한 이야기'로 나누었고, 대목차와 소목차 형태로 불릿(•, bullet)을 달아서 정리했다.

     

     

    3. 자료 첨부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둔 글을 최대 3개까지 첨부할 수 있고, 외부에 써둔 링크를 첨부할 수도 있다. 나는 심사에 떨어지면 글을 더 채워서 다시 도전할 생각이었기에 브런치 서랍에 저장해둔 글 하나만 첨부했다. 보통 이 단계에서는 글 3개를 꽉 채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무리 작가 소개와 브런치 활동 계획을 읽더라도 실제로 어떤 글을 쓰는지를 보지 않으면 '작가'로 적합할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입을 모아 '글 수가 많을수록 좋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내가 첨부한 글은 단 한 개였지만, 합격한 것엔 글감이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브런치를 사용하면서 어렴풋이 느꼈던 브런치가 지향하는 바를 나름대로 충족했던 것 같다. 뭐라 딱 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브런치는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선호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정보성 글뿐만 아니라 동기부여 글도 포함된다. 나는 나를 위한 글보다는 남을 위한 글, 즉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썼다. 브런치 작가신청에서는 글솜씨보다 글감, 주제 선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4. 활동 중인 SNS 또는 홈페이지

    이 단계는 넣어서 플러스가 될 자신이 없으면 안 넣는 게 좋다. 넣을 수 있는 링크의 종류에는 자유 URL,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미디엄, 링크드인이 있다. 꾸준히 '작가' 성향을 보이며 활동한 소셜 미디어라면 모르겠지만, 그냥 일상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같은 것이라면 아예 넣지 않는 걸 추천한다. 자기가 심사하는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나의 경우 내가 운영하는 티스토리 블로그(디자인 모범생)는 작가와는 거리가 아주 멀었기에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대신에 링크드인 주소를 넣었다. 그 이유는 2단계(브런치 활동 계획)에서 작성했던 내용의 근거로 쓰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제시한 목차에서는 UX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첨부한 글은 UX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UX'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출신 학교, 현재 다니는 직장과 직무, 내가 한 활동들을 잘 기록해둔 링크드인 프로필을 참고용으로 넣었다. 무사히 작가가 된 걸 보니 내 전략이 성공한 것 같다.

    (링크드인이 어떤 서비스인지에 대한 소개글도 다음에 한번 써봐야겠다)

     

     

    브런치 작가 신청 글 한 개로, 단번에 통과했다

    합격 글 찾아보면서 정말 많이 봤지만 내가 받으니 더 기뻤던 메일

    브런치 작가 신청을 완료하고 나면 5일 이내(영업일 기준)에 이메일과 브런치 앱 알림으로 결과를 알려준다는 안내 문구를 볼 수 있다. 나는 신청 전 브런치 작가신청 관련 글을 찾아보던 중 작가에 선정되면 하루 만에, 심사에 통과하지 못했으면 3일 뒤에 메일이 온다는 흥미로운 말을 발견했었다. '진짜일까?' 싶었는데, 믿거나 말거나 나에게도 하루 뒤에 메일이 왔고 그렇게 브런치의 작가가 됐다. 오후 4시에 지원했는데 다음 날 오후 1시에 메일이 왔으니 꽤 빠른 답이었다.

     

    작가가 된 뒤에는 프로필에 노출될 작가 소개와 키워드를 수정하고, 이력과 포트폴리오를 적을 수 있었다.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PR용으로 참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사에 통과했던 글은 다듬고 다듬어서 이틀 전에 발행했다. 브런치 글 통계를 보는 건 티스토리 방문자 통계를 보는 것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내 글을 공개할 나만의 작은 공간을 얻은 성취감이 꽤 기분 좋다.

    나에게 글쓰기는 어디까지나 취미인 만큼 무리해서 자주 쓰려고 노력하진 않겠지만, 느긋하지만 게으르지 않은 속도로 꾸려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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